텍스트힙이란? '독서가 힙한' 한국에서, 성인 독서율은 역대 최저였다 — 일본에서 본 이야기

mekuru 개발자게시일 약 5분이면 읽어요

NHK 국제보도의 게시물을 계기로, 일본에서 한국의 '텍스트힙'을 따라가 봤습니다. 젊은 세대의 독서 붐과, 역대 최저를 갱신한 성인 독서율. 서로 모순되는 두 숫자 사이에 있던 것은 '혼자 읽고 싶다. 그래도 누군가의 기척이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지금 독자들에게 공통된 감각이었습니다.

계기는 NHK 국제보도의 게시물 하나

오늘 X를 보다가 NHK 국제보도(@nhk_kokusainews)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는 독서 붐. 그 배경을 취재했습니다. 독서 경험을 SNS로 공유하는 움직임과,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독서 모임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NHK 국제보도(X), 번역

화면 자막에는 '텍스트힙(자신의 책과 독서 경험을 SNS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라는 글자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독서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에 조금 들은 적이 있었지만, 노벨상 특수가 가라앉은 요즘까지 이렇게 긴 호흡의 문화로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게다가 답글에는 '성인 독서율은 아주 낮아서 놀랐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궁금해져서 현지의 최신 보도와 통계를 따라가 보니, '젊은이들이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단순한 미담과는 다른, 더 현실적이고 절실한 독서 문화의 현주소가 보였습니다.

텍스트힙(Text-Hip)이란

원래는 아이돌 팬덤 언저리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합니다. 2024년 초 미국 모델 카이아 거버가 'reading is so sexy(독서는 정말 섹시하다)'라고 말한 맥락 등도 해외에서 흘러들어, 세계적으로 '독서 = 지적이고 섹시하고 멋진 것'이라는 분위기가 바탕에 있었습니다.

핵심은 '읽는 것'뿐 아니라 '읽고 있는 나를 보여주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책 그 자체보다, 책 주변의 행동이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뒤에 나올 '독서율'과의 어긋남을 읽어내는 열쇠가 됩니다.

붐에 불을 붙인 세 가지 사건

  1. K-팝 아이돌의 '공항 책'IVE의 장원영, LE SSERAFIM의 허윤진 등이 책을 좋아한다고 공언하며 가와카미 미에코의 『젖과 알』, 고이케 류노스케의 붓다의 말을 엮은 책 등을 추천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그들이 손에 든 책은 '공항 책'으로 미디어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내 아이돌이 읽는 책을 나도 읽는다. 팬덤의 열기가 그대로 서점으로 흘러들었습니다.
  2. 한강의 노벨문학상(2024년 10월)결정적이었던 것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입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발표 후 불과 6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연간 6만 종 이상이 출간되는 한국에서 100만 부를 넘는 책은 1년에 한 권 나올까 말까 한 시장입니다. 직전 6일과 비교해 종이책 판매 부수가 80% 급증한 이 현상은 출판계에서도 전례 없는 폭발이었습니다.
  3. SNS라는 '보여줄 자리'그리고 그것들을 공유할 자리로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의 독서 계정이 있었습니다. 표지, 책갈피, 노트, 서점의 서가. 독서는 '혼자서 끝나는 행위'에서 '올릴 수 있는 경험'으로 모양을 바꿨습니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자리 잡은 것은 이 놓아둘 자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열기는 한때의 소동에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의 구체적인 행동 문화로 자리 잡아 갔습니다.

젊은 세대의 '행동'으로 자리 잡은 독서 문화

  • 필사의 유행서울의 독립서점에서는 평일 저녁 20대가 모여 한 시간 동안 묵묵히 소설의 한 구절을 노트에 손으로 옮겨 적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원래 수험 공부의 방법이었던 필사는 좋아하는 노트와 만년필을 늘어놓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현대적인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필사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배(692.8%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 서점·도서관 투어군산의 독립서점 순례나, 전주의 연화정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등을 도는 독서 여행이 인기를 끌어, 관광공사가 추진할 정도의 콘텐츠로 성장했습니다.
  • 독서 굿즈의 급증쇼핑 앱 지그재그에서는 북커버 검색 수가 28배가 되었고, 문진, 북퍼퓸, 책갈피로 책을 꾸미는 '독서 커스터마이징'이 자리 잡았습니다.
  • 행사의 열기서울국제도서전에는 15만 명 이상이 몰렸고, 그중 70%가 20~30대였습니다. 출판사 민음사와 편의점 GS25가 협업한 '민음사 빵'은 3일 만에 5만 개가 팔렸고, 정가 3,000원짜리가 중고 거래 앱에서 15,000원에 되팔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여기만 잘라 보면,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 대단한 독서 붐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 성인 독서율은 역대 최저인 38.5%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2026년 3월 공표)의 숫자를 보면 정반대의 현실이 다가옵니다.

성인 종합 독서율
38.5%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저
성인 연간 독서량
2.4권
평일 독서 시간은 고작 18.2분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
6할 이상
독서율의 뒷면.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양극화

20대 독서율만은 75.3%로 유일하게 소폭 상승(+0.8%p)했지만, 2023년 시점에 이미 74.5%였습니다. 즉 '평소 읽지 않던 젊은이들이 일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기보다는, '원래 읽던 층이 가시화되어 문화로서 소비되기 쉬워졌다'고 보는 편이 실태에 가깝습니다.

붐이 움직인 것은 '읽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책 주변의 열기'였다. 이 관점은 국내의 비판과도 맞물립니다.

현지 언론의 차가운 시선

한국 언론에서도 이 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적지 않습니다.

SNS에서 자신을 감각 있게 보이기 위한 '있어빌리티'의 과시가 아닌가

도서전은 책이 아니라 한정 굿즈를 사기 위한 박람회가 되어 버렸다

붐이라고 떠들썩한 한편, 동네 독립서점의 휴업·폐업은 누적 250건을 넘어 동네 책방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늘었다'기보다 '책 주변에서 소비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측면은 분명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허세'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다만 이것을 단순한 '허세'나 '소비 트렌드'로 정리해 버리는 것도 조금 아닌 것 같습니다.

숏폼 영상의 자극에 지치고, 매일 '시성비'를 요구받는 일상에 숨 막힘을 느끼는 사람들이 LP를 듣거나 필름 카메라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이의 감촉과 고요함을 찾고 있습니다. 그 감각 자체는 아주 솔직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것은 일본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 문화청의 2023년도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62.6%로, 5년 전의 47.3%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척도는 다르지만, 한국의 '6할 이상이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와 보이는 풍경은 거의 같습니다.

한편 세계로 눈을 돌리면, 모여서 각자의 책을 묵묵히 읽는 Silent Book Club(201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이 여러 나라로 퍼졌고, 일본에서도 '묵독회', '사일런트 독서회'라 불리는 말하지 않는 독서 모임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누군가와 조용히 읽는 자리'는 늘어난다. 이 모순이야말로 텍스트힙의 핵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의 시간과, 누군가의 기척

애초에 책을 읽는 시간은 끝까지 철저하게 '개인의 것'입니다. 누가 대신 한 줄을 이해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내 머릿속에서 글자를 따라가며 내 속도로 생각을 굴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독하고, 아주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하지만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문득 스마트폰에 손이 가거나, 일상의 소음에 정신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읽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개인의 의지력만으로 고요를 계속 지키는 것은 지금 세상에서는 의외로 어렵습니다.

그럴 때 NHK 영상 속 독서 모임처럼 '같은 공간에서 낯선 누군가가 묵묵히 책장을 넘기고 있다'는 기척이 있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내 독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언가를 강요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시간으로 향하기 위한 조용한 버팀목이 됩니다.

조용한 기척이 있는 독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고, 그런 '조용한 기척'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갖고 싶어서 mekuru라는 작은 웹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려한 교류나 SNS 같은 주고받음은 없고, 아바타가 같은 방에서 조용히 책을 펼치고 있을 뿐인, 종이책을 위한 독서 공간입니다. 영상도 마이크도 채팅도 없습니다. 전해지는 것은 가끔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누군가 거기 있다는 기척뿐. 책과 함께한 시간이 조용히 기록됩니다.

책과 마주하는 시간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것.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의 책장 넘기는 기척을 살짝 빌리면서, 손에 든 한 권을 천천히 즐기는 시간이 일상 속에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텍스트힙이란 무엇인가요?

글자(Text)와 '멋지다'(Hip)를 합친 신조어로, 자신의 책과 독서 경험을 SNS에 올려 공유하는 것, 그리고 '독서는 멋지다'는 가치관을 가리킵니다. 2024년 무렵부터 K-팝 아이돌의 독서 공언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10대~30대를 중심으로 퍼졌습니다.

한국의 독서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2026년 3월 공표)에 따르면 성인 종합 독서율은 38.5%로,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입니다. 연간 독서량은 2.4권, 평일 독서 시간은 18.2분. 20대만은 75.3%로 높고, 지난 조사보다 0.8%p 소폭 올랐습니다.

왜 한국에서 독서가 트렌드가 되었나요?

K-팝 아이돌이 책을 좋아한다고 공언한 것,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SNS의 존재가 겹쳤습니다. 배경에는 숏폼 영상의 자극에 지친 젊은 세대가 종이의 감촉과 고요함을 찾고 있다는 감각도 있습니다.

일본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나요?

일본 문화청의 2023년도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62.6%로 늘었습니다. 한편 모여서 각자의 책을 묵묵히 읽는 Silent Book Club이나 묵독형 독서 모임이 퍼지는 등, '누군가와 조용히 읽는 자리'를 찾는 움직임은 일본에도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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